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오색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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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itecture/others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오색분소

by 플라잉 건축사사무소 2022. 7. 20.

 

대지위치 :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 481-1

지역지구 : 자연환경보전지역, 농림지역

용도 : 제1종 근린생활시설(공공업무시설)

건축구조 : 철근콘크리트구조(기초) + 중목구조

대지면적 : 2,021㎡ (611.35평)

건축면적 : 319.94㎡ (96.78평)

연면적 : 442.06㎡ (133.72평)

설계 : 플라잉건축사사무소

시공 : 이하건설(주)

사진 : 유근종

 

 

공공업무시설 설계의뢰를 받고 현장에 처음 다녀왔을 때의 기억이 선명하다. 설악산국립공원사무소 오색분소. 기존건물이 있으나 철거 후 신축하는 프로젝트였다. 건물은 산 입구에 위치해서인지 뭔가 산장 같은 인상이랄까? 그리고 곧 철거 될 내부 공간을 들여다보니 “역시 관공서 맞구나!” 하는 느낌이었다. 산 입구에 위치한 건물이고 둥근 돌 등 자연적인 외장재 사용으로 그나마 이런 느낌이 덜하긴 했지만 여전히 관공서의 이미지는 다소 경직되고 권위적인 면도 있는 듯 하며 친근감 있게 다가가기 어려운 느낌이었다. 이제는 많은 관공서 건물들이 디자인도 다양해지고 사람들과 친근해지고 있다. 오색분소도 자연과 잘 어울리는 친근한 건축물이길 바라며 설계를 시작하였다.

 

 

수식어가 많은 건축물이 되다.

 

국립공원사무소 최초의 목구조 건축물

패시브인증 건축물

제로에너지건축물인증 1등급 건축물

건축물에너지효율등급 1+++ 건축물

BF인증 건축물

이렇듯 오색분소를 수식하는 용어는 다양하다. 다르게 말하면 그만큼 설계과정이 쉽지 않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공공건축물은 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이나 제로에너지인증 그리고 BF인증은 필수로 적용해야 한다. 거기에 더해 설계 중간에 패시브협회의 지원대상 건축물로 선정되어 공공건축물로서 패시브 인증이 추가되었고 구조도 국립공원사무소 최초로 중목구조를 설계에 적용하는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사항이 고려되어야 했다. 완공된 이 시점에서 다소 아쉬운 점은 있으나, 고생한 시간과 더불어 뿌듯한 마음이 든다. 화려한 수식어만큼 건물이 화려하진 않고 수수하게 자리한 모습이지만 이 또한 담담히 자연에 스미는 것 같아 위로를 삼는다.

 

이번엔 중목구조다.

 

요즘 주택 상담 시 처음부터 목구조를 원하는 건축주가 늘고 있다. 몇 년 사이 목구조 건물에 대한 인식과 관심이 주택분야에서 상당히 높아짐을 느낀다. 그러나 아직 공공건축물에서는 산림청이 발주하는 것 외에 목구조 건축물이 흔히 있는 것은 아니다. 오색분소의 경우 첫 미팅부터 발주처 담당자가 중목구조의 건물을 제안했고, 나 역시 의외의 제안이었지만 기쁜 맘으로 설계를 시작하였다. 그동안의 주택은 건축주의 예산이나 구조의 합리성 등을 고려했을 때 대부분 경골목구조 형태로 설계에 적용해왔고 철근콘크리트+중목구조의 하이브리드 건물도 있었지만, 건물 전체가 중목구조 적용은 처음이라 오히려 좋은 기회라 여기고 설계에 임했던 기억이다. 중목구조 설계 경험이 있는 지인 건축사와 중목 시공분야에서 역량이 있는 시공사와의 자문과 협의를 통해 완공되기까지 나 스스로에게도 정말 좋은 공부가 되었다. 이 건물로 인해 중목구조 설계에 입문하는 계기도 얻은 셈이다. 

 

내부 마감에도 일부 벽체에 나무 각재를 격자로 돌출시키는 등 중목구조와의 시너지를 고려하였다. 백색의 벽체에 나무의 따뜻함과 고유의 질감이 더해지니 다소 딱딱할 수 있는 업무공간이 한층 산뜻해졌다. 

 

패시브건축물이 되다.

 

설계 초기단계에서는 패시브건축물이 아니었다. 설계가 어느 정도 진행될 무렵 패시브협회의 지원 프로젝트로 선정이 되었다는 발주처의 낭보를 전해 들었다. 설계자 입장에서는 거의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오히려 기쁜 일이 아니던가? 중목구조 도입으로 일부 상승된 공사비 부담이 패시브건축물 지원으로 조금은 덜어질 테고 건물도 우수한 성능으로 업그레이드될 것이며, 전작에선 패시브 인증을 받지 못한 저에너지 주택설계의 경험을 토대로 제대로 된 패시브 건축설계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반 건축물과 성능이 향상된 패시브건축물을 비교해가며 설계단계부터 고려할 사항을 면밀히 반영하였으며 패시브협회의 검토와 수정을 단계적으로 거쳤다. 이 과정에서 BF인증 부분과 일부 상충되는 부분도 해결해야 했다. 각종 인증 대상 건축물은 디자인뿐만 아니라 이렇듯 풀어야 할 숙제도 많고 그 진행과정 또한 매우 더디다. 이런 지난한 과정에서 설계자는 지치기 마련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완공의 그날을 상상하며 잘 견뎌 온 듯하다.

빛과 바람과 단열, 환기 등 쾌적한 공간을 만들기 위해 열교를 극복하고 우수한 단열성능 자재 특히, 셀룰로오즈 단열재를 지붕에 적용해보기도 하고 기밀시공 등 다양한 패시브적인 요소가 설계와 시공에 반영되었다. 제로에너지 인증을 충족하기 위해 주차장의 지붕과 후면 매스의 지붕에 태양광패널을 설치하는 등 액티브적인 요소까지 추가되어 기능적으로 매우 우수한 건물이 되었다. 이렇듯 복합적인 기술을 도입하면서 디자인 등 고려할 부분이 많았지만 목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미적인 부분을 담아내려 노력하였다.

 

 

더불어 산자락에 면해 거대해 보이는 걸 지양하고자, 기능적으로 분리한 매스는 관공서라기보다는 차라리 집의 이미지에 가깝게 디자인했다. 최대한 단순히 그리고 산을 닮은 경사지붕은 신축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그 자리에 이미 자리하고 있었던 것처럼 주변 산에 잘 스며들었다. 수수하고 담담한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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